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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정치

한덕수 총리 후보자의 문제는 18억 원이 아닙니다

by 필리브 2022. 4. 6.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한덕수 초대 총리 후보자를 지명한 후 언론에는 18억 원 이야기가 넘쳐납니다. 한덕수 후보자가 김앤장에서 고문료로 받은 18억 원이 과하다는 취지입니다. 국민 정서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요. 근데 진짜 문제는 그런 게 아닙니다.

 

한덕수 후보자의 이력을 중요한 것만 추려서 볼게요. 학력은 경기고-서울대 경제학과-미국 하버드 경제학 석·박사입니다. 대학 졸업 전에 행정고시(8회)에 합격했고, 공직의 길에 들어섭니다.

 

  • 1996년 특허청장
  • 1998년 통상교섭본부장
  • 2002년 청와대 경제수석
  • 2002년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 2004년 국무조정실장
  • 2005년 경제부총리
  • 2007년 국무총리
  • 2009년 주미 한국대사
  • 2012년 한국무역협회장
  • 2017년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 2022년 총리 후보

한덕수 후보자는 경제 관련 요직이란 요직은 다 거친 걸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파란색으로 표시한 부분. 공직과 김앤장을 계속 왔다 갔다 했습니다.

 

공직 → 김앤장 → 공직 → 김앤장 → 공직

 

김앤장법률사무소는 어떤 곳인가요? 객관화해서 이야기한다면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금전적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한국 공직 사회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한덕수 후보자는 그곳에 두 번이나 몸담았습니다.

 

한국은 직업 선택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 곳인데 뭐가 문제냐? 네 문제가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요.

 

김앤장은 아무나 받지 않습니다. 변호사를 뽑을 때도 그렇지만 장·차관 이상 고위 공직자나 고위직 출신 법조인을 고문으로 고용할 때는 뭔가 분명한 쓸모가 있어서겠죠. 한덕수 후보자가 공직에서 단순히 높은 자리에 올랐고, 수고했으니 고문 자리를 드리겠습니다 하지는 않았겠죠. 가정입니다만 누가 사장이라도 그 사람을 통해 최소 10억쯤 벌 자신이 있을 때 1~2억을 주고 채용하지 않겠습니까.

 

공직자는 원칙적으로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사적 조직인 김앤장을 왔다 갔다 하면서 과연 어떤 사안이든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게 가능할까요? 공직에 있을 때는 공직마인드로 일하고, 김앤장에 있을 때는 김앤장 마인드로 인하고. 그렇게 무 자르듯 분리해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게 가능할까요? 현실을 사는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양쪽에 발을 담그면 한쪽이 어느 한쪽에 물들 수도 있다는 걸요.

 

또 한덕수 후보자의 경력이 말하고 있는 게 뭘까요? 한 후보자는 공직에서 쌓은 커리어와 인맥을 활용해 김앤장이라는 사적 조직에서 금전적인 이득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공직에 돌아가 커리어를 더 쌓습니다. 공직이 끝나고 다시 김앤장에 돌아가 금전적인 이득을 얻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또다시 공직에 오려고 합니다. 이런 행태는 공직을 이용해 사적 이득을 극대화하는 것 밖에 안 됩니다.

 

요즘은 수명도 늘어났고, 개인의 행복 추구 문제도 있으니 공직자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퇴직 후 사적 영역으로 진출해 제2의 커리어를 사는 것도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지킬 것을 지켰다면 18억 원이 아니라 180억 원이든 1800억 원이든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왔다 갔다 하는 건 분명히 문제가 됩니다. 자칫하면 공직이 사유화할 수도 있는 겁니다.

 

김앤장이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가를 생각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김앤장은 단순히 소송 업무를 하는 곳이 아닙니다. 해외 자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 인수할 때 김앤장이 법률대리를 했습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전범기업 미쓰비시를 변호하며 재판 개입을 했다는 의혹도 받았습니다.

 

김앤장은 대한민국 어떤 조직보다 비밀스럽게 움직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활동이나 구성원도 외부에 노출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는 극히 일부만 알고 있을 겁니다. 위에서 본 론스타나 미쓰비시 사례를 보면 김앤장이 어느 지점에 발을 딛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그건 각자의 몫입니다.

 

한덕수 후보자가 김앤장에서 어떤 일을 하면서 고문료를 받았는지는 본인이 밝히거나 관련 서류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덕수 후보자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숱한 공직자들이 공직과 대형 로펌을 들락이며 공직의 정신을 흐트러뜨리는 건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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